임신 8개월이 되어서 첨으로 아가를 위한 태교를 해보겠다고..신청해 본 콘서트..
경기도 양주에서 길음이라.. 예전에는 창동쪽에 살았던 터라 왠지 가깝다 느꼈었다.
그러나..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108번 버스타고( 시내 어디든 한번에 데따주는 고마운 버스이기에..난 넘 사랑한다.) 2시간쯤 걸리고 지하철 타고도 1시간 30여분 걸려서 가는 거리..
갈때는 비록 비가 내렸으나 훤한 낮이였는데 집에오니..신랑도 퇴근해서 집에서 1시간이나 날 기다는 깜깜한 한밤중..
신랑이 날 보면서 피씩 웃는다.
" 왜 웃어!!애기 선물 받아보겠다고 길음까지 가니까 아줌마 같어?"
" ㅋㅋ 아니야.그냥 보고싶었어....집에오니까 밥주는 사람이 없으니 되게 기다려지고 보고싶대."
흠.....다른때 같음 너무 서운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왠지 신랑한테 미안해진다.
차라리 집에서 신랑 밥이나 잘 차려줄꺼를...ㅜㅜ
아가를 위한 콘서트를 보러 간거지만..내심 경품에 욕심도 있었기에..
경품도 못타면서 이 늦은 시간에 신랑 굶겨 가면서 콘서트를 다녀오다니...
그래도 아가랑 난 좋았지 그치??

사실 처음에 백화점 도착하면서 조금씩 심술이 났다.
이게 왠일..다들 부부동반으로 온거 같아 보였다.
워~다들 오일제 근무만 하나..울신랑은 왜 오늘 일하는거야 우씽~~
괜시리 어깨가 움츠려지는 기분? 남들은 신랑이 조심조심! 이럼서 가방 다 들어주고 챙겨주는데 나는 나혼자 모든 걸 챙겨야 하다니..은근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도 난 굳건히 콘서트 장에 입장!!
의자가 조금 딱딱한 기분은 있었으나.. 그래도 좋았다.

예쁜 언니가 사회를 봐주시고.. 목소리도 조용조용 참 듣기 좋았다.
그리고 김정아 선생님의 낭낭한 목소리..꼭 라디오 듣는 기분이랄까?
전직이 아나운서는 아니였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사실 어려운 말들이 난무한 클래식의 세계에서 100프로 다 이해한다면 무리였을거다.
그러나 김정아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 어려운 세계에서 나를 조금 꺼내주신 거 같다.
중간에 나타나셔서 경품을 쏘시던 홍보실장님..너무너무 인기 좋으셨지.
사실 좋은 경품들 나올때 임산부 보다 신랑들이 앞서서 손들고 자신있게 해서 내심 배아팠다.
우씨~ 신랑없이 온 사람은 어쩌라고..괜시리 승질난다. 못된 내 심보..ㅜㅜ
점점 실장님도 미워질라한다..어쩜좋아..ㅠㅜ
그러다가 혹시 혼자 오신분~하신다.
오예~순간 난 자신있게 일어섰다..
그전엔 사실 맘이 있어도 괜시리 눈치보여서 못일어났는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벌떡~!! 꼭 무언가 받으리라!!
근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어섰다.
게다가 난..문제를 맞히지도 못했다. 바보 엄마 ㅠㅠ 미안해 울딸..
그래도 괜찮아~있다가 추첨할때 운좋게 하나 따가자!!
혼자 위로하면서 순서를 지켜봤다.
좋은 성악가분들과 좋은 연주가들의 솜씨는 역시 대단했다.
특히 앵콜곡 명태~! 부르시는 분은 표정이 너무너무 좋으셔서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드시는 분이였다.
우리아가도 연신 흔들고 툭툭 차기도 하고 특히 현악5중주는 너무도 듣기 좋았다.
개인적 취향인지 모르지만 난 현악5중주에서 너무 신나고 좋았던 거 같다.
연주곡중 반은 아는 노래 반은 잘 모르던 노래였는데 그래도 사람인지라 아는 곡이 나올때는 같이 흥얼대기도 하고 몸을 흔들기도 할 수 있었다.
신랑이랑 같이 들었으면 더 좋은 시간 이였을텐데 서운했지만 뱃속에 울아가와 같이 있었으니 혼자라 하면 우리아가 맘상하겠지? 우리 둘만 들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첨으로 내가 아가를 위해 무언가 해줬다는 기쁨과 보람과 비오는 날에 참석한 먼거리 태교여행이였어도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였다.
큰 경품은 못탔지만 나올때 주신 가방안에 있던 잡지책과 압소바 배냇저고리 로션샘플 DVD 할인쿠폰! 게다가 난 일찍가서 남들보다 DVD하나 더 챙겨서 큰 경품 못받은 서운함을 나름 위안삼아~무거운 가방을 꼬옥 끌어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 가방은 선물만 가득한게 아니라 내 아가를 위한 내사랑도 가득 담은 가방이기에 정말 무거웠다.

아가야~엄마가 적어도 너를 위해 단 한가지는 해보았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멋진 세상에 일부겠지만 오늘은 그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은 거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엄마 아빤 항상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을테고 좋은것만 보여주고 싶을테고 좋은 생각만 하게 할테고 네가 넘어져서 울고 있을때나 쓰러졌을때 늘 너의 뒤에서 널 응원하는 영원한 너의 편이 되어줄꼐.
오늘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같이 기분 좋았고 신났던 것 처럼 우리 평생을 함께 즐겁게 행복하게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