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피랜드 태교음악회를 다녀온 임정미씨의 남편입니다.

태교음악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2주일 전부터 계속 들어온터라 마지못해 간다고 하긴 해서,
나가기 전 아파트 베란다를 바깥 날씨를 보니 비마저 주륵주륵 내리더군요.
아기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충만하지만 번잡스러울 걸 걱정하는 요놈의 몸이 나서길 싫어했지요.

우린 주말에 외출시 지키려고 하는 몇가지의 지키고자 하는 바가 있는데 몇가지를 읊어보자면
- 토요일/일요일 아침에 일이 끝나는 일정이 아니면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 멍하니 있는 시간이 30분이상 되지 않도록 하자.
- 오늘 나갔다가 들어왔을때 시간 및 체력을 투자한만큼 행복하도록 하자.

이번 태교음악회의 행사장소는 건대입구역이어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안내 페이지를 보이 우리집 바로 옆건물에 본사가 있는 Efe에서 하는 거네요. ㅋㅋㅋ
비도 오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한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7호선 남구로 역으로 걸어갔습니다.
남구로에서 타는 7호선은 그리 붐비지 않아서 대개 앉아 갈 수있는 점이 좋은데 역시나 자리가 비어 아내와 난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건대입구역까지 18정거장...시간도 절약하고 아울러 항시 태교를 하자는 취지에서 아내의 가방에 넣어둔 2권의 책을 꺼내 각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우리부부는 푸름이를 가지고 나서부터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꼬박꼬박 읽고 있답니다.

책장이 넘어갈때마다 지하철 역하나씩 휙휙 지나가더니 어느새 건대입구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에 점점 더 가까워질때마다 아내와 같이 푸근한 배를 가지신 분들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그런데 여자분들끼리 가시는분들도 꽤 계셔서, 남편들이 별로 안오는거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행사장안으로 들어가니 이건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바로 갖게 되었어요.
아울러 아내가 등록후 화장실을 다녀와야 해서 2시조금 넘어 들어가니 이미 행사는 시작했고, 사람들도 가득차 있어서 정말 놀랬어요.
뒷쪽이지만 가장 좋은 중앙 자리를 차지 하게 되어 이미 앉아 계신 산모 및 남편분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어렵게 들어가 앉았습니다.

태교음악회 라고 해서 예전에 금난새씨가 지휘하는 음악회를 갔었는데 너무 좋았고 내심 비슷한 포멧을 상상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혁씨라는 전문 MC 분이 친절한 미소와 재치있는 사회로 연신 산모분들을 웃도록 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정신없이 선물을 쏘아주시는데 아내는 옆구리를 자꾸찌르고 제 엉덩이도 들썩였습니다만, 너무 편한 반바지에 슬리퍼 복장, 그리고 딱 정중앙 그것도 뒷자리의 지리적인 약점이 한번도 무대로 뛰어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되겠습니다. 그래도 무대위로 거침없이 오르는 남편분들의 용기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에 저도 절로 박수가 쳐지더군요.
참 음악에 관해서도 중주로 구성되어 연주할 수 있는 음악들을 클래식, 영화음악, 보컬, 재즈의 순으로 잘 선곡하신거 같아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은 아직도 귓가에 멤도네요.

비록 용기없는 남편과 경품운이 없는 아내 덕분에 선물은 하나도 못 탔지만 오는 지하철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간을 알뜰하게 잘 사용했으며 돌아왔을때 행복한 느낌을 가졌으니 이것만으로도 해피랜드의 태교음악회는 아내와 나 그리고 우리 푸름이에게 충분히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이벤트였다고 확신합니다.

아.. 그리고 행사를 보면서 몇가지 느꼈던 점을 제안드리니 보시고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번창하는 Efe가 되길 바랍니다.

제안사항
1. 음악에 대한 설명을 배경으로 쏘아주셔서 읽도록 하는것은 좋은데 프로젝터의 성능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읽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2.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수시로 진행되는데 비해서 앉은 의자의 앞뒤간격이 협소해서 불편했고, 이는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참여 의지를 조금 꺾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3. 금일 전체 제공할 경품에 대한 공지를 사전에 하거나 아니면 행사 시작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미리 알려주면 사람들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어서 좋겠습니다.
4. 이상혁씨가 분위기를 많이 띄워 놓고 난 다음 첫곡 연주자들이 들어와서 앉고 연주자들끼리 눈짓으로 시작할 때까지 분위기가 완전 전환되며서 연결이 잘 되지 않는거 같았습니다.
괜찮다면 가능하면 나오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이고, 첫곡과 둘째 곡이 어떤 곳이다. 그리고 화면으로 곡에 대한 설명도 나오니 잘 읽어보세요. 라는 식의 멘트가 있으면 좋았을거 같네요.
5. 마지막으로 선물을 제공시 진행하시는 분과 재미있게 풀어나가시는 순발력이 참 좋았습니다만, 무대위에서 서로 논의하는 대신 사전의 충분한 협의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6. 그리고 대상인 유모차를 직접 1등 당첨하신 분의 자리까지 갖다 주셨는데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임산부보고 저걸 들고 직접 가라는 것인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편으로 배송해주시면 좋을거 같은데요, 설령 직접 들고가게 하시더라도 나중에 사람들이 다 퇴장하고 난 다음 주셔도 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