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해피랜드 태교음악회 당첨은 처음이 아니랍니다.

제가 지금 둘째를 가졌는데, 첫째 가졌을 때도 당첨이 되었어요.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참석하려고 준비도 다 했는데... 아시죠? 2009년에 신종플루 때문에 흉흉했던 거. 그 때 신종플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지양하라는 방침도 정부에서 내려왔고 그랬었죠.

그래서 그 때 딱 한 번 당첨되었던 태교음악회는 참석을 못했네요. 그 뒤로 늘 아쉬웠답니다. 좋은 음악 아이에게 들려주고, 태교하고 싶었는데- 하고요.

이번에 둘째 가지면서 태교음악회는 꿈도 못 꿨어요. 첫째 돌봐야 해서 어디 맡겨두고 나갈 수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잠시 둘째를 위해 태교할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네요.

초산인 엄마들은 잘 모르겠지만, 둘째 가진 분들은 아실 거예요. 첫째 키우느라 하루종일 정신 쫓기고, 치닥거리 해주고, 화내고, 그러다 보면 둘째 태교 너무 소홀한 것... 첫째 때는 늘 편안한 기분으로 음악 듣고, 책 읽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도 살 수 있었지만 둘째 때는 안 그런 것요. 물론 누구보다도 천사 같은 첫째 웃음을 보면서 태교하기도 하지만 애가 늘 천사 같지 않다는 것 아실 거예요.

그래서 더 뜻깊은 태교음악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경쟁자와 부대끼게 될 우리 둘째만을 위해 모처럼 태교를 했으니까요 ㅋㅋ

지난번엔 신종플루 때문에 아예 음악회가 취소돼버려서, 이번이 첫 참석이라 방석을 갖고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론 안 가져가서 다행이었네요. 좌석이 푹신해서 2시간 앉아 있어도 크게 엉덩이 배기거나 아프진 않았어요.

많은 악사가 등장해서 좋았어요. 다른 태교음악회 한 곳도 가봤는데, 그곳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뿐이어서 음악이 풍성하게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해피랜드 태교음악회에서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 피아노까지 모두 나와서 좋았답니다. 전 특히 현악기를 좋아해서 비올라와 첼로까지 함께 연주하니까 귀가 즐거웠어요. 정말 음악회다운 음악회를 듣는 느낌? 무료로 이런 좋은 음악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답니다.

단지 소프라노보다는 테너쪽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ㅎㅎ 제가 테너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 제 취향을 떠나 태아는 남자 목소리를 좋아한다잖아요 ㅋㅋ 태교음악회에 좀 더 어울리는 목소리라면 남자 목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소프라노 맘에 안 들었던 건 아니고요, 훌륭한 노래였어요. 그리고 소프라노 김상혜씨가 태교음악회에 참석한 많은 임산부처럼 현재 임신중이셔서 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곡목과 함께 한쪽에 작가 설명이나 노래 설명이 나와서 좋았어요. O mio babbino caro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본 노래지만, 정작 무슨 내용인지 아는 사람은 적었을 거예요 ㅎㅎㅎ 저만 해도 애절한 사랑 노래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한테 결혼 안 시켜주면 죽어버릴 거란 협박 노래였다니 ㅋㅋㅋ

1부는 유명한 클래식을 중심으로 곡을 선정했다면, 2부는 광고나 배경음으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해서 더 친근감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연주자가 합주해서 더 좋았네요 ^^

음악 2곡 연주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는데, 엄마에게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내가 엄마가 되면서, 나를 키워준 엄마를 생각할 수 있게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컸지만 가끔 당연하게 느끼게 되는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어요.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었지만, 소소하게 불편한 점도 있었네요.

장소 빌려준 곳에서 음식 반입을 금해서 좀 안타까웠어요. 1부 끝나고 나니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ㅠㅠ 옆자리 분들은 빵을 나눠 드셔서 더 배고프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싸갖고 온 음식 드시는 분들이 많았나봐요. 사회자분께서 이곳은 음식을 금해서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시는 걸 보면 ㅎㅎ;;

프로젝터로 공연 중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해놔서 전 한 장도 못 찍었는데, 계속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서 굉장히 신경이 쓰였어요. 저는 앞자리라서 프로젝터 글자가 잘 보였지만 뒷자리 분들이나 프로젝터에 신경 안 쓴 분들은 몰랐을 수도 있겠지 싶어요. 그러니 공연 시작 전에 사진은 찍지 마시라는 안내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악회 끝나고 돌아갈 때 주시는 가방도 주최측에서 공연장 밖에선 미리 꺼내놓을 수 없게 해서... 공연 끝나고 굉장히 소란스러워져서 좀 그랬어요. 주최측에서 한 줄씩 일어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구역별로 일어나니까 다들 일어나 있어야 하고 좀 불편했거든요.

둘째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 태교음악회에 다시 와볼 일은 없지 싶지만... 제 후기로 불편한 점이 해소돼서 다른 산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연장에서 떡과 음료수 못 먹게 한다고 따로 싸주셔서 집에 돌아가면서 길에서 열심히 먹었답니다. 떡 정말 맛있었어요. 음악으로 태교도 열심히 했고요. 게다가 예쁜 아기 내복까지! 75 사이즈라 배냇저고리 다 입고 바로 입을 수 있겠어요 ㅎㅎ 좋은 음악회에 초대해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런 좋은 선물까지 받아서 굉장히 좋았답니다.

초대해주신 해피랜드 관계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