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일 2시부터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해피랜드 태교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기역에서 녹번역까지 1시간 정도 예상하고 1시 조금 못되 집을 나섰다.

다행히 어제의 매서운 추위가 한풀 꺾인 듯, 바람이 한결 덜 차다.
녹번역은 시댁에서도 가까워 왠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예술회관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녹번역에서 멀다. 사이트엔 도보로 7분이라 되어 있었는데 아뿔사 그건 건장한 성인 남성 기준의 보폭이었던가 부다.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기쁨이와 부지런히 걷는데도 역에서 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어쨋든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회장에는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니, 늦게 온 사람들이 한줄로 기다리며 접수가 한참이다.
다음 인터미션까지 입장이 안되나부다.
으이궁 쫌만 더 일찍 올걸하며, 부랴부랴 접수하는 동안, 다행히 중간에 바로 입장을 시켜줬다.

들어가보니 이미 "사랑의사 인사"와 "유모레스크" 연주가 끝난 후 2번째 프로그램 시작전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지는 중간이었다.

사회자는 영화배우겸 전문 MC인 이상혁님으로, 훤칠한 키에 전문MC 답게 공연을 매우 능숙하게 진행했다.
공연에서 사회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던가?

그런데 여기서 느낀 것은, 즉석 퀴즈의 내용이 산모교실마다 거의 비등비재하다는 거다.

오늘도 정확한 경품이 뭔지 모르겠지만, 특이한 태명 자랑하기, 오늘 산모교실 참석을 위해 가장 최장거리에서 온 산모 찾기, 가위바위보 게임 등 어제 역삼동에서 열린 모산모교실의 문제와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거의 똑같다.

솔직히 최장거리 같은 경우는, 대전이나 경남 진해에서 온 산모가 경품을 받아갔지만, 어쨋든 확인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뭐 그렇게 속이면서까지 경품을 타 갈리는 없겠지만서도 어쩔 수 없이 까칠하게 생각하게되는 예민한 1인 ㅠ.ㅠ
(몰라 경품 못받아서 샘났나??? ㅎㅎㅎ)

글구 첨엔 구지 그렇게 4시간씩이나 들여서 올 정도로 가치가 있는 행사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정말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음악회였당 ^^

어쨋든 간단한 퀴즈가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모짜르트 음악 "아이네 클라이네~"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이어진다.
대학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태교하면서 가끔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 태교 클래식 하면 거의 레파토리가 정해져 있다. 그래도 이렇게 현장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생연주로 들으니, 왠지 가슴이 설레여 오면서,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출산을 한달 앞두고 지난주부터 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산모교실 다니고 있는데, 내가 이런 여유로움과 호사스러움을 누려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감격이다.
휴직하기 직전까지 이래저래 맘고생이 심했었는데, 오늘의 연주회로 맘의 상처가 깨긋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악곡,
푸치니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남격에서 나와 너무나 유명해진 "넬라 판타지"....

노란색의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나온 소프라노 김상혜씨도 임신 5개월이란다. 배에 힘을 주어 부르는 성악이 태아에게 괜찮은 걸까?
슬쩍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뭐 클래식 음악이 태교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겠지? 하며 만삭인 난 살짝 걱정을 접는다. 이놈의 오지랖 ㅠ.ㅠ

그러고보면, 나도 올해 직장에서 공연 업무를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그나마 태교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첫번째 프로그램을 놓쳐서일까?
이렇게해서 1부 순서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아쉬웠지만, 2부 순서가 기둘리고 있으니까...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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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지만, 임신을 하면 화장실을 정말 자주 가게된다. 자다가도 화장실때메 몇번씩 중간에 잠을 깨곤 할 정돈데, 다른 많은 산모들도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1부 마치고 300여명의 산모들이 우루루 다 나오는데, 가뜩이나 만원인 화장실에 물까지 안내려오는 이런 시추에이션 뭥미 ㅠ.ㅠ

산모교실을 개최하는 주최측에서는 항상 이런 산모들의 애환(?)을 헤아려 나름의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줬음 하는 바람이다.

어쨋건 1부의 클래식 공연이 끝나고, 2부는 주로 친숙한 영화음악 연주로 구성되었다.
먼저 그 유명한 "문리버"와 "예스터데이"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대를 초월해 언제들어도 명곡이다.

그리고나서 한 산모가 대표로 나와 편지를 낭독했는데, 주제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사연의 주인공은 31년 전 32주만에 1.1kg이라는 체중으로 기적같이 태어났다고 한다. 엄마의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사연의 주인공이 편지를 읽으며, 중간에 눈물을 훔치는데 나도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삼키느라 혼났다.

1남 2녀중에 둘째로 태어났던 나는, 언니가 태어나고 내가 또 딸이라는 걸 안 엄마는 할머니때메 눈치가 보여 몸풀고 제대로 몸조리도 못하고 미역국도 못먹었었다고 한다.
엄마가 나 낳고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을지, 3남매 키우느라 이런저런 고생하신 엄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울컥한다.

아무튼 편지 낭독 후 사회자와 간단한 인터뷰 후에 다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가브리엘 오보에"와 시네마천국 OST가 이어진다.
오보에와 클라리넷 연주자가 합류하여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우리 기쁨이도 나중에 커서 악기 한가지쯤은 다룰 수 있게 가르치고 싶다. 음악은 특히 고전음악의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거 같다.

이어지는 마지막 프로그램은 여인의 향기 OST와 아이즈와이즈 샷에 삽입되었던 쇼스타코비치의 "재즈왈츠" 등 경쾌한 곡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첼로의 묵직한 저음으로 연주되는 쇼스타코비치곡의 멜로디는 아직도 계속 귓전에 맴돈다.

마지막 앵콜곡을 한곡 더 들려주고 이렇게 음악회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품추첨...
다른 산모교실처럼 경품의 가지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경품을 목적으로 온건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려고 해도, 해피랜드 신상 유모차에 눈길이 머물며 계속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며 얼굴마저 상기된다.

오늘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까?
결과는... 언제나 그랬듯 역시 오늘도 그런 일은 없었다.

당첨 확률이 낮아 아무런 경품도 못받았지만, 어짜피 못받을 거
그나마 경품 추첨 질질 끌지 않고 일찍 끝나 다행이었다.
정말로 예정된 2시간 안에 딱 맞게 늘어지지도 않고 적당히 끝났다.
갈 길이 먼 나에게 그건 너무도 고마운 일이다.

암튼, 너무 유익한 음악회도 듣고,
덤으로 보너스 기프트 세트도 받았다.

특히 내복은 남자 아이(파랑), 여자 아이(빨강) 이렇게 성별로 구분해서 골라갈 수 있게 준비해 주신 센스^^
호박떡과 사과주스도 쉬는 시간에 먹으라고 준비해 주신 것인데 회관내에서 음식을 못하게 되있어서 갈때 챙겨주셨다.
사진 찍으려고 주린 배를 움켜쥐면서 참고 안먹었다가 집에와서 사진찍고 개눈감추듯 먹어치워버렸다.

여러가지로 배려가 넘치는 사은품이었다.

나눠주신 팜플렛 중에 출산 준비목록 체크하는 게 있었는데,
이것과 사은품을 교환하라고 해서, 나는 앞장만 찢어서 드렸다.
왜냐하면 쉬는 시간에 여기에다 앞으로 사야할 것만 따로 표시해 두었기 때문이다.
글구 오늘 공연 프로그램에도 열씸히 뭔가를 끄적였네...ㅋ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산모교실 중에 태교음악회가 가장 좋은 거 같다.
우리 기쁨이도 좋아하고, 가장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액이지만 기부금(1,000원)도 입금하고 신청절차도 조금은 까다로운데다 동행인도 없어 신청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정말 가길 잘했다.

태교음악회 기회가 온다면 몇번이라도 또 가고 싶다.
산모에게는 정말 강추다!!!

ps. 후기쓸라고 사진 마니 찍고 편집도 이쁘게 했는데, 여기는 사진 등록은 안되서 아쉽네용 ㅠ.ㅠ 혹시 사진 궁금하신 분들 제 싸이로 구경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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