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와 폭염에 지쳐있던 내 메마른 마음에 감동을 준 태교음악회였다.
귀에 익숙한 친근한 클래식과 영화 드라마 OST를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제일 좋았던 곡은 G선상의 아리아와 오 나의 아버지이다.
G선상의 아리아는 선율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오 나의 아버지는 지금 투병중인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며 들으니 원래 가사내용과는 관계없이 눈물이 났다.



우리 아버지는 2주 전, 6월13일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지금 삼성의료원에 입원 중이시다.
비보를 듣고 밤에 병원에 달려 가보니 아버지는 수술실에서 대수술을 받으시고 계셨다.
그 다음 날 다시 병원에 찾아갔다. 중환자실 면회가 오전 오후 두 번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안에서 계속 기다리기가 답답했던 엄마와 나는 밖에 벤치에 앉아있었다. 아버지는 사경을 헤메고 계시건만 하늘은 왜 그리 맑고 불어오는 바람, 나무들은 왜 그리 싱그럽고 푸르던지.. 그때 삼성의료원 본관에서 한 무리의 임산부들이 손에 하나씩 쇼핑백을 들고 우리가 있는 정류장 벤치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날 해피랜드 태교음악회가 우리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열린 것이었다. 사실은 그날 나도 다른 산모교실에 당첨되었는데 취소하고 병원에 온 거였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기 전엔 아무런 걱정없이 우리 아가만 생각하며 태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쓰러지셔서 산모교실을 취소하고 병원에 온 나와 그 산모들이 대조되어 만감이 교차했다. 아버지께서는 수술 받으시고 며칠 동안 의식이 없으시다가 지금은 의식이 있으시지만 왼쪽이 마비되셔서 전혀 못 움직이시고 음식도 입으로 삼키지 못하신다. 이제 7개월 임산부인 나는 엄마와 교대로 병간호도 못하고 그저 매일 가서 아버지를 면회할 뿐이다. 아기가 되신 우리 아버지.. 우리 용대가 태어나면 우리 아기처럼 아버지는 다시 걸음마를 배우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익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의식을 찾으신 아버지의 현재 상황에 대해 감사하고 이 모든 시련이 다 지나가면 훗날 웃으며 살 날이 올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잠깐 뒤로 하고 우리 아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음악회에 신청했는데 역시 온 보람이 있었다. 사은품으로 주신 배넷저고리와 속싸개도 정말 예쁘고 좋았다. 의자는 다소 불편해서 허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음악이 준 기쁨이 컸기에 감수할 수 있었다. 사회자님 진행도 깔끔했고 경품이 적어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경품추첨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서 그 또한 괜찮았다.앞으로도 해피랜드 태교음악회가 명성에 걸맞는 고품격 음악회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