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저의 생일이었어요~
8개월 접어들면서 오전에 아가얼굴을 확인하는 날이었는데(입체초음파)
엎드려 있는 자세 때문에, 30분동안 병원 계단을 오르내리고 운동했는데두
얼굴을 어찌나 안보여주는지 ㅠㅠ

예상시간보다 너무 지연된 탓에 음악회 가야 할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이러다가 아가 얼굴도 못보고 음악회도 못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어찌나 불안하던지 진땀이 나더군요.
초음파 보시는 선생님이 배를 20분간 괴롭혀(?)서
아이도 괴로운지 인상 팍!! 쓴 겨우 2/3정도 얼굴을 확인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어휴... 길은 막히지~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먹고 배는 고프지~
정말 눈물나는 생일날이었어요.

막상 도착해보니, 10분정도 지각을 했고.. 아예 1부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안내 데스크에 가보니 다른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다행히도 저희 부부까지만. 이라며
들여보내 주셨답니다.
다른분들께 방해 안되도록 맨뒤에 앉아서 한숨을 돌리려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터지는 폭소와 감동으로
정신없이 시작했던 하루에 대한 원망이 눈녹듯 사라지지 않겠어요?

저도 나름 멀리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차로 1시간여 거리)
멀리서 오신분들 참 많으시더라구요 ㅎㅎ
그동안 방법을 모른다, 시간이 없다 핑계대며 제대로 된 음악CD 한번 들려주지 못했는데
역시 현장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들으니 감동의 전율과 함께
자신도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발로 뻥뻥 차서 알려주더라구요~

이상혁MC님은 제가 본 사회자중 최고~
매끄럽고 재치있는 진행으로, 왠만한 일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저희 신랑도
박장대소하며 너무 진행 잘하고 재밌다며 칭찬이 마르지 않았고^^
연주자 분들도 보통 10만원을 호가하는 음악회에 온것 마냥 착각이 들정도로
좋은 연주를 들려주셨답니다.

Once upon a dream, Yesterday, 시네마천국 주제곡, 사랑의 인사, 유모레스크 등
선곡도 어렵지 않은 곡으로, 모두들 한번씩은 다 들어보셨던
듣기 좋은 음악으로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영화 미션의 주제가였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영화 마지막 장면인 원주민들의 평화시위하던 게 떠올라서 또 눈물이 글썽~

어머니께 쓴 편지를 읽으신 분 덕분에, 저는 또 펑펑 울게 되었지요..
음악회 오기전에 엄마랑 좀 안좋게 싸우고 왔는데 (사실 제가 대들었지요)
왜 이렇게 엄마한테는 이기적이 되는건지 자식을 낳아보면 제가 얼마나 더 후회를 할까요?
더 후회 하기전에 저도 엄마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편지를 썼답니다.
평소에 다정다감한 딸이 아니었기에, 이 편지를 어찌 전해드려야 할지
멋쩍어서 아직도 고민하고는 있지만, 태교음악회가 아니었다면 제가 과연 편지를 쓰기나 했을까요~
편지 잘 전해드리고 효도하는 착한 딸이 될게요~*

아침 내내 병원에서 괴롭힌 덕에 오늘 하루는 배가 많이 땡길거라고
의사선생님이 겁을 주셨더랬는데 전혀 못느끼고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감정기복이 심한 임산부인 저를 두어시간동안 울고 웃게 해주신 음악회에서
저는 정말 행복한 감정을 느꼈답니다.
벌써 주위에 있는 임산부들, 예비 임산부들에게 태교음악회 자랑 들어갔고요
저는 해피랜드 팬이 될 것만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더 참석하고 싶어요.

또, 가기전에 생일선물로 맛있는 초코케익을 주셔서
이번 생일에는 케익 사주는 사람도 없고, 생일 선물도 출산용품으로 받는등..
벌써 내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건가 ㅠㅠ 하며
살짝 서러웠던 제 마음을 마구마구 up up~ 시켜주신
해피랜드 태교 음악회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한지섬유로 만든 예쁜 배넷저고리 정말 잘입힐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