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와이프한테 전화가 옵니다.
왠만해선 업무시간에 전화를 잘 안하는 편인데, 급한 일인가 깜짝 놀라 전화를 받아보니,
"우리 11월 1일에 무슨 특별한 일 있어?
특별한 일 없으면, 나 태교 음악회 당첨됐는데... 갈수 있어?" 라고 물어보네요.

그동안, 태교에 관심이 없다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지라,
그날 하루만은 좋은 아빠가 되보자라고 다짐하며 흔쾌히 오케이했습니다.
그러나, 장소가 용인 죽전...
으, 토요일 오후 엄청나게 막히는 교통과 집에서 꽤나 먼 거리를 생각하면
끔찍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날 하루만은 각오했던지라 별 불만은 없었습니다.

임신한지 6개월이 넘어, 조심하느라 외출을 잘 안하던 와이프가,
상쾌한 가을 날씨 아래 간만에 외출을 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것 같아,
곧 태어날 우리 동구와 함께 기분좋게 행사장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애기 태명이 ''동구''랍니다. 친근하고 귀엽죠? ㅎㅎ)

결혼한지 3년만에 힘들게 가진 첫 아기인지라, 매우 조심스러워 그동안
외출이나, 약속 등을 모두 자제하고 집에만 있던 와이프를 보니,
그동안 혼자 힘들게 고생하는 와이프에게 무심했던 제가 괜히 더 미안해지더군요.

여러 만감이 교차하며, 도착했던 태교음악회.
굳이 음악회 자체의 평가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아도 너무 좋았다는건 아시겠지요?
많은 분들도 똑같은 동감을 했을테니 말이니까요...

음악회가 끝나고, 비록 경품 행사에 당첨이 되지 않았어도,
엄마, 아빠와 함께 바깥 바람 쐬고, 음악도 듣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주말을 보낸 것에 대해, 우리 동구가 분명 기억하리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동구 태어나면, 음악회 때 들었던 음악 다시 들려주며, 물어봐야 겠네요.
"동구야, 이 음악 기억하니? 그때 엄마랑 아빠랑 같이 들었던 건데... ㅎㅎㅎ"

행사 자체도 매우 훌륭하고, 유익했지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주최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간만에 우리 세식구 (물론 뱃속에 있는 동구 포함해서지요)가
함께 외출을 했었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 큰 즐거움이였던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첨언하자면,
행사장의 의자가 임산부들이 장시간 앉아있기엔 좀 불편하지 않았을까요?
뒷쪽의 의자는 괜찮았겠지만, 앞쪽의 놓여져있던 의자들은
쿠션도 별로 없고, 딱딱해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산부들을 위한 음악회이니만큼, 세심한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주셨더라면
더욱더 훌륭한 태교음악회 행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