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얼마 전에 새로 산 원피스 꺼내입고
오후가 되기만을 기다렸답니다.

사실 9월까지 직장에 다녔던 관계로
그동안 우리 아가한테 태교다운 태교를 제대로 못해주고 있었거든요.
우연히 태교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서 너무나 기뻤어요.
남편 역시 해외출장이 잦아서 주말에 함께 데이트를 한 지도 꽤 되었거든요.
태교음악회 덕분에
모처럼 우리 아가와 남편과 함께 태교 나들이를 했습니다.

나름대로 서둘러서 갔는데 벌써 많은 산모들이 와 있더라구요.
그래도 앞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음악회가 참 정성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 보시는 분께서 악기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고
한곡 한곡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는데,
그것이 감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현악5중주 연주로 시작되었는데
''Try to Remember''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 ''마법의 성''과 같이
우리가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해서
클래식 음악에 부담을 갖고 있는 저와 남편이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답니다.

그런 뒤에 성악가 분이 나오셔서 노래를 불러주셨지요.
''명태''를 부를 때는 그 가사도 재미있고 성악가 분의 표정연출도 뛰어나서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네요.
또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노래도
사회자 분이 설명해주신 가사내용을 생각하면서 들으니 더 흥겹게 다가오더라구요.
피아니스트 분의 쇼팽 ''녹턴'' 연주도 좋았구요. ^^

그렇게 1부 순서가 끝나고
인터미션 때는 모두에게 떡과 음료를 나누어주었지요.
점심을 먹고 간 뒤여서 그렇게 배가 부르지 않았음에도
훌떡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어요. ^^
공연장 바깥에 아기자기하게 정원이 만들어져 있어서 바람도 쐬고 좋았습니다.

그런 다음 2부 순서.....
엄마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이었지요.
금꼬 엄마가 친정엄마와 나와서 편지를 읽는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그 사연에 어찌나 가슴이 뭉클하던지요.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저도 그때 우리 친정엄마가 떠올랐어요.
임신했다고 그저 저 혼자만 들떴지
한번이라도 우리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 적이 있었나 반성도 되었구요.
그런 것 보면 전 아직도 철이 없나봐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악 5중주의 영화음악도 좋았어요.
아는 노래들이어서 그런지 귀도 편안하고 즐겁더라구요.
저도 속으로 같이 멜로디를 흥얼거렸는데
뱃속 아가도 즐거웠는지 자기도 콩콩콩 박자를 맞추기까지 하더라구요.

또 어떤 분이 남편과 함께 나와서 ''젓가락행진곡''을 즉석에서 연주하셨지요.
정말 그 모습이 너무너무 예뻐서 부럽고 샘도 나고 그러더라구요.
저와 남편은 그동안 서로 일에 쫓겨서 그럴 기회를 한번도 제대로 못만들었거든요.
그 분들이 부러워서 괜히 남편 옆구리를 콕콕 찔러댔네요.
여학생들의 연탄곡 연주도 훌륭했구요.

그리고 사회자 분께서 중간에 노래도 한곡 가르쳐주셨지요.
뿅가곡이라고 그러셨던가요? ''Lascia Ch''io Pianga'' ^^
가사만 알려주실 때는 좀 낯설었는데 멜로디를 들으니 금세 ''아~'' 알겠더라구요.

우리가 한번 불러본 뒤에 메조소프라노 분께서 나와 부르시니까
그 부분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그런 뒤에 소프라노 분께서 한곡 부르시고
마지막으로 테너 분이 나오셔서 소프라노 분과 함께 ''Time to say Goodbye'' 부르시고.
메조소프라노 분과 소프라노 분은 의상도 화려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어요.
테너 분은 그 전에 계속 무대 위 의자 나르셔서 EfE 스텝분인줄 알았는데(죄송... ^^;;)
알고 보니 멋진 목소리를 지닌 분이셨더라구요.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이 성의있게 이루어져서 좋았어요.
지루하지 않게 현악 5중주와 피아노 연주, 성악곡을 골고루 섞어놓은 것도요 .
게다가 음악회라는 것에 대해 부담감 갖지 않도록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도 중간중간 삽입해 주시고,
낯선 오페라 곡은 어렵지 않게 설명도 해주시구요.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 같은 곳에 가면 질서가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질서를 잡아주시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배부른 산모들을 잘 배려해주신다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에 나올 때는 기념품도 챙겨주셨지요.
아무거나 주는 것 받았는데
우리 아가 성별에 맞게 예쁜 분홍 배냇저고리가 들어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동화 CD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국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남편이 자기가 먼저 보면서 공부해야겠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더군요. ^^

아무튼 오랜만에 즐거운 태교 나들이를 했어요.
이렇게 좋은 시간 마련해주신 EfE 측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구요,
지금부터라도 우리 뱃속 아가한테 더욱 신경써주는 좋은 엄마가 되고
친정엄마를 좀더 속깊이 헤아리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